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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미사를 드린 것이 십삼년만이었다. 처음 가보는 여의도 성당은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로 빼곡했다. 사순절 마지막 주간. 성당 입구에서 나뭇가지를 나누어주었다. 복음은 최후의 만찬이었다. 예수는 제자의 발을 씻겨주고 유다는 예수에게 키스했으며 베드로는 예수를 세번 부인했다. 엘리엘리라마사박다니. 사제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부활을 기다리자고 했다. 나는 생각했다. 나는 카톨릭신자인가? 나는 크리스트교인인가?
나는 구약이 유대인의 민족신화라고 생각한다. 내가 단군의 아들딸인 것도 못 믿는데 어찌 유대인의 신화를 믿으랴. 나는 시온의 아들딸일 수 없다. 나는 구약의 하느님, 질투하는 신 야훼를 찬양하지 않는다. 그는 신화시대의 신이다. 그는 바알을 비롯한 많은 경쟁자를 이겨냈지만, 그만큼의 신성을 잃었다.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나는 숭배할 수 없다. 천국도 지옥도 연옥도 믿지 못한다. 절대자는 천국과 지옥과 연옥으로 구분되는 단순한 결과가 한 인간의 삶을 모두 반영하리라 보지 않을 것이다. 이런 구분에는 문턱효과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신의 세계에 불완전한 시스템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 신약은 믿는가? 신약이라도 믿으면 예수교인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신약의 상당 부분은 사실이리라. 예수는 실존했고, 지극히 위대한 인간이다. 부처와 마찬가지로 깨달음을 얻은 인간, 다시 없을 큰 인물. 허나 성령으로 잉태되어 동정녀 마리아로부터 태어났을까? 예수가 신의 아들이라하나, 사실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아들딸 아닌가. 그의 육체적 부활을 믿지 못하겠으며, 다만 그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애쓰다가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더 큰 성취를 위해 죽었다는 점에 감동하고 있다. 그는 몸을 내던짐으로서 21억 크리스쳔을 얻지 않았는가. 예수는 스스로가 길이요 진리라 했다. 예수를 통해야만 주에게 도달한다 했다. 자신과 함께 있어야 메마르지 않으리라 했다. 그는 신인가? 그가 유일한 진리인가? 예수의 신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예수교인이 되지 못할까? 신약의 하느님, 좋다. 믿고 싶다. 모두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시는 우리주. 나의 모든 잘못을 감싸안는 하느님은 얼마나 매혹적인 이론인가. 아무리 탕아여도 좋다. 돌아오기만 하면 아버지는 안아주실게다. 나를 위해 99마리 양을 버리실게다. 머리가 믿고 싶어하는데 마음이 움직이질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상상이라고 느끼는 순간, 마음이 멈춰버린다. 나는 예수가 말하는 사랑의 하느님도 믿지 못하는 것인가? 미사가 계속되었다. 은총과 평화를 내리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과 함께. 우리 주 예수 그리스의 아버지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복잡한 머리로 내가 저기 걸린 십자가상을 믿고 있는가 생각했다. 신자들이 성당을 빼곡히 메우고 기도문을 읊는 소리가 울려 올라갔다. 맨 뒷자리 문가에 앉아 찬바람을 맞으며 사제의 손짓을 보았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와 함께. 그러므로 간절히 바라오니, 평생 동정이신 성모 마리아와 모든 천사와 성인과 형제들은 저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 나는 마리아를 믿는가? 나는 천사와 성인을 믿는가? 보편된 교회를 믿는가? 봉헌성가를 들으며 지갑을 뒤져보니 천원 한 장 밖에 없었다. 들고 나가기 부끄러웠다. 내가 이 돈을 내는 것이 아무 것도 안 내는 것보다 덜 부끄러울까? 나는 보이지 않게 봉헌했다. 이게 봉헌일까. 사순절 마지막 주일이라 미사 중 축성이 있었다. 사제가 성수를 들고 천천히 제단을 내려왔다. 우리는 나뭇가지를 들고 섰다. 사제가 성수를 뿌려주었다. 젊은 사제였다. 맑고 순결한 얼굴이었다. 성수를 뿌리는 그의 뒤에 꼬마 여자 복사 둘이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뒤따르고 있었다. 모두 조용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성스러웠다. 그 순간 내가 원했던 것을 알았다. 나는 성스러움을 원했다. 이 세상의 속된 것에 치여 말라가는 내 뿌리가 성스러운 물을 원했다. 끊임없는 뒷말, 소문과 청탁, 생글거리는 웃음, 원치 않아도 들리는 평가, 내 위에 올라가려 노력하는 타인, 남보다 잘 나고 싶어하는 나, 수저를 먼저 놓아주는 센스, 한 박자 먼저 문을 열 수 있는 눈치, 뒤에서도 좋게 말해주는 충심, 권위를 이용한 개인적 명령, 비슷한 동네, 같은 학교, 실은 아버지가 고위공무원, 권력 앞에 눈 내리깔고 경외의 말. 훌륭하십니다. 타고나시길 다르세요. 그리고 결국은 돈. 한 푼 있는 사람과 한 푼 없는 사람의 신분 차. 한 푼 더 벌 사람과 한 푼 덜 벌 사람의 인생 차. 당장은 헌금 한 푼에 고민해야 하는 자기체면. 예수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젊은 사제의 머리 속에 끈과 돈과 힘에 대한 계산이 없음에, 성수를 들고 뒤따르는 꼬마 복사의 발자국에 치졸한 핑계와 억지스러운 미사여구가 남지 않음에 나는 감사드렸다. 그는 아직 젊기에, 아이는 아직 어리기에, 그리고 예수가 오늘 인세의 평화를 위해 죽기에, 그들은 오염되지 않았던 것이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내가 크리스쳔일까? 내가 받는 감흥이 과연 기독교인으로 합당한 것일까. 내가 원하는 성스러움은 비단 기독교의 그것일 필요가 없는데. 내가 고백소에 무릎꿇고 앉아 사제에게 이렇게 청할 때 사제는 내 죄를 사하고 보속을 내릴까. 신은 나를 길잃은 어린양이 돌아왔다 기꺼이 반길까? 나는 알 수 없다. 그렇기에 고백하지도 성체를 모시지도 못했다. 사제가 잔을 들고 말했다.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어린 복사가 치는 종이 대앵 하고 울렸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나는 답하여 말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내가 믿게 하소서. 나는 무엇을 믿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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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림 정문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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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귄님의 신간은 정말 ..
by manim at 09/16 요즘 언니 말에 특히 공.. by 타림 at 09/15 저도 계속 고민중인데 .. by 타림 at 09/15 나도나도. <- 요즘 지.. by magpie at 07/31 조용한 홈페이지 블*페닷.. by 파란철 at 07/30 Üzgünüm. Ben hiç.. by 타림 at 07/27 저도 이번에는 제발 모두.. by SDf-2 at 05/26 아, 이건 좀 비싼 와인.. by 타림 at 05/11 잘 지내시는거 같아 좋네.. by molnir at 05/07 왓, 하우스와 미디엄을.. by 사키 at 05/07 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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