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꼬떼에 다녀왔어요! :)

사귄 지 1주년 기념으로 아꼬떼에 다녀왔습니다. 무스타파가 처음 가자고 했을 때는 너무 멀다고 사양했지만, 일껏 찾아왔는데 미안한 생각이 들어 가기로 했더니, 이오냥님의 포스팅을 보여주더군요. 우왓, 맛있어보인다. 군침을 흘리며 퇴근 후 전철로 여의도에서 매봉역으로 갔더니 (전철만 딱 한시간 걸려요.) 저녁 8시였습니다.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쉐프께서 예약한 손님이신가요? 라고 친절하게 물어보면서 안내해주셨어요. 운이 좋은 건지, 이 날은 예약손님이 저희 뿐이라, 온 가게를 빌린 기분으로 즐겁게 먹었습니다.

꽃과 버터가 예쁘게 장식된 세팅. 집에서 물고기들과 함께 험하게 키우고 있는 부레옥잠이 테이블 장식인 것은 살짝 웃음이 나왔습니다만,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와인은 글래스로 2잔 시켰는데, 이름은 까먹었고 모 칠레와인이었어요. 이름을 못 들어본 와인이라 안전하게 메를로로 했더니 까베르네쇼비뇽이 조금 여유가 있다면서 한잔 서비스해주시더군요. 그런데 그 쪽이 더 맛있었어요;; 메를로는 어리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었거든요. 조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거니 했지만, 역시 까베르네 쇼비뇽쪽이 낫더군요. (무식한 게 죄라 앞으로 적는 메뉴에 스펠링 틀린게 있어도 이해해주세요. 잘 받아쓰려고 노력하긴 했는데.. ^^)
OURSIN ET CAVIAR
처음 나온 메뉴는 캐비어와 성게알, 야채로 이루어진 전채입니다. 스푼에 담긴 게 캐비어인데, 그간 별맛없다고 느꼈었는데 요건 질감이 참 독특하더군요. 말캉말캉한 것이.. 하여튼 캐비어는 별맛없다는 서민이었으나, 먹어 볼만 하다로 입장선회. 가운데 음식은 야채와 성게알이구요. 맛은 그냥저냥.
SOUPE DE POTIRON
스프는 부드럽고 묽었습니다. 단호박스프라 맑고 고소했어요. 가운데 진분홍빛 꽃잎이 놓여서있어서 예뻐요. 하얀 건 우유크림. 설명해주신 쉐프 말로는 꽃잎에 비타민이 많다고 하시던데, 꽃잎이 워낙 작고 얇아서 말이죠. ^^;;
FOIE GRAS
이건 푸아그라래요. 계피향이 어우러진 푸아그라는 부드럽고 재미있는 질감이었으나 지방간 특성상 살짝 느끼해서, 와인을 주문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같이 나온 조린 과일들도 좋았고.
LANGUSTINS
요건 제주도산 딱새우라네요. 남편이 새우를 좋아해서 행복해했는데, 맛은 잘 구워진 새우맛-.-a 그런데 사진으로  보니 양 진짜 작다. 새우 한마리 살이니;; 하지만 세팅이 예쁘니까 패스. 새우가 살짝 짜다고 남편에게 투덜거린 걸 들으셨는지 바로 오시더니 음식 괜찮으시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새우가 본래 짠맛이 있어 그런 것 같다며 바로 반영하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입맛이 좀 싱거워서^^;
PORE
돼지고기 항정살 구이와 새송이버섯. 재료는 평이한데 이렇게 담아놓으니 대단해보임;; 맛은 질좋은 돼지고기.. (죄송..) 역시 살짝 느끼한 맛이 있어서 와인을 곁들여 먹었는데, 메를로는 여전히 어린 느낌이라 기름기를 감당해내지 못하는 인상을 주더군요. 결국 까베르네 쇼비뇽만 계속 마셨어요.
DAURADE
참돔구이. 맛있어 보이나요? ^^ 전반적으로 소스가 서양식이라 그렇지 재료는 익숙하고 간단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돔은 원래 맛있는 생선이니까 간장에만 살짝 찍어먹어도 맛있습니다만, 이런 식으로 소스를 얹어 먹으니 색다르더군요. 다만, 이런 요리들에서는 소스의 미묘함이 맛을 결정하는 요인일텐데, 전체적인 복잡미묘함(?)은 아따블르가 낫지 않았나 해요.
SORBET
상콤한 자몽 소르베! 아 좋았어요. 그간의 요리의 잔취를 깔끔하게 씻어주는 매우 적절한 소르베였어요. 너무 맛있어서 2컵이든 3컵이든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문제는 요 스푼과 요 컵과의 관계.. 보십쇼.. 안들어갑니다..
이거, 학과 여우의 식사대접 이야기 같지 않나요? -ㅅ-
저는 의지를 발휘해 녹여 마셨습니다만-_- 남편은 저렇게 사진찍다가 미처 못 먹었는데 치우러 오시는 바람에 고대로 반납했네요.
제가 남은 부분을 너무 아쉬워하니 이따 한잔 더 드릴까요 하고 말씀하시기도..^^;
FAUX-FILET OU AGNEAUX
메인 요리는 등심 혹은 양갈비 선택입니다. 위는 양갈비, 아래는 와규등심이예요. 양갈비가 매우 훌륭합니다. 등심보다 양갈비쪽이 낫네요. 메인은 아따블르보다도 낫더군요. 몇년만에 입에 착 붙는 메인이었습니다. 고기도 부드럽고 적당히 간이 배였으면서도 미묘한 향이 잘 어우러져 느껴지는 것이 아주 맛있었어요. 등심은 양갈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DESSERT
와, 끝났다. 잘 먹었습니다. 연달아 나온 디저트도 맛있었어요. 요거트와 크림으로 잘 어우러진 과일무스도 후딱 해치우고, 옆에 수박에 체리를 담은 쥬스도 훌쩍 마셔버렸습니다.
CARE OU THE
함께 나온 커피와 홍차. 커피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커피에 이정도로 신경쓸 거라곤 미처 예상치 못했거든요. 신선한 원두로 잘 내린 커피였습니다. 대만족. 하지만 홍차는 너무 연하게 나와서 저는 별로..
이건 식후주. 서비스로 주셨어요. 이름을 말해주셨는데 남편만 알아듣고 뭐라고 설명해주더군요. 달콤한데다 향기 만땅. 와인을 안 마신 상태였으면 원샷-_-할 수도 있었지만, 와인을 마신 상태라 더는 못마시겠더라구요. 맛만 봤습니다. 우, 아까워.

사귄지 1년이라. 감개무량이네요. 생각치도 못하게 이런 데 취미가 있는 남편을 만나서 거하게 얻어먹는 것도 신나고 (이제 그 돈 결국 제 돈이라는 게 안습이지만..) 매일 밤 늦게까지 세상 사는 이야기 함께 하는 것도 좋고, 같이 국이며 전이며 해서 저녁 차려 먹는 것도 좋고 특별한 일 없이도 여러모로 즐겁습니다. 앞서 결혼하신 분들이 "후후, 그래? 나도 그땐까진 즐거웠지. 한번도 안싸웠다니까?" 라고 매번 경고성 발언을 하셔서 살짝 긴장하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도 서로 잘 맞춰 살아갈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곧 결혼기념일이 다가오는군요. 저는 남은 용돈이 없는데, 요번엔 가정식 된장찌개로 해결하면 안될라나요.. ^^;

by 타림 | 2008/06/26 12:24 | 불행자만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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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t 2008/06/26 17:25
1년 축하드려요. 이오냥님 포스팅도 읽어봤는데, 음식도 음식이지만+_+ 서비스가 참 좋은 곳이네요. 아따블르도 유명하던데 둘 다 가보고 싶어요. 결혼기념일도 행복하게 보내세용^^
Commented by 타림 at 2008/07/08 18:07
네, 분위기도 좋고, 친절했어요. 축하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Beracah at 2008/06/26 21:52
신기해요. 여기가 저 교회가는 길목에 있는데 느낌이 좋아서 맨날 지나가면서 궁금해 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이글루스의 총아가 될줄이야;; 짐작도 못했어요^^;
맛있게 드셨다니 부럽습니다. 그리고 1년도 부럽습니다! 곧 다가올 결혼기념일도 축하드려요^^
Commented by 타림 at 2008/07/08 18:07
옹, 나는 너무 멀어서 정말 큰 마음 먹고 간 곳이었는데, 집앞이구나! 축하 고마워~ ^^
Commented by 이크리 at 2008/06/28 12:54
흐엉, 맛있겠어요!;ㅂ; 1주년 축하드려요!>_<
Commented by 타림 at 2008/07/08 18:08
히힛, 제이스를 꼬셔라~
Commented at 2008/06/30 01:0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8/07/05 11: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타림 at 2008/07/08 18:08
앗, 이건 뭐랄까.. 결혼하시나요? 'ㅁ'
Commented at 2008/07/26 00:0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8/07/26 00:0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8/07/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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