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하는 이야기

몇달 전 소니의 블로그 마케팅에 참가하면서 육아후기 같은 거 몇개 포스팅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세상엔 육아블로그가 정말 많다;; 잘 정리된 사진과 예쁜 폰트의 글씨들 그리고 상냥한 멘트들. 귀여운 아기 사진에 엄마들이 필요로 하는 사용후기가 올라오는 블로그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특히 네이버에. 그리고 그런 블로그의 공급만 많은 것이 아니라 수요도 엄청나게 많아서, 예를 들어 [코딱지 흡입기 후기]를 올리면 검색해서 유입되는 수가 불행자만 같은 곳보다 훨씬 많다;; 나부터도 그 많은 수요 중에 한 사람이니.

육아 관련 블로깅을 시작하면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하는 엄청나게 많은 블로그 마케팅을 접할 수 있다. 요즘은 이벤트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이 글을 퍼다 올려주세요" 라고 하고 시작한다. 그리고 사실상 인기 블로거 순으로 상품(대개 제품을 체험하고 리뷰를 쓰는 기회)이 가기 마련이다. 블로그와 시장원리는 이미 충실히 결합해있다. 하긴 이글루스도 특정 사용자들이 모여있다보니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뷰 이벤트가 많이 있는 것 같더라.

그런데 사람심리가 "좋은 리뷰 써주세요"라고 받은 물건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쓰기도 어려운데, 요즘은 가끔 그렇게 나쁜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기업들도 머리를 굴린다. "이 제품을 10분께 체험용으로 나눠드릴 건데, 이 중에서 제일 잘 쓰신 5분께는 그냥 드릴 겁니다. 그리고 하위 5분은 제품을 반납해주세요." 체험기들은 그래서 이 제품이 좋다는 이야기만 경쟁적으로 올라온다. 검색으로 정보를 찾는 이들에게는 혼란스러운 일이 될수도 있겠지만, 체험단으로 금전적 이득을 보는, 가끔은 파워블로거가 직업인 분들에게는 고민의 여지가 없는 문제다. 뭐, 여기에다 좁은 의미의 블로그 마케팅 - 블로그로 직접 제품이나 병원을 홍보하는 이야기 - 까지 붙여가며 상업적 블로그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

그동안 상업적 이벤트를 이 홈페이지에 연결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런 행사들에 무심하게 지내다가 이런 세계를 접하고 나니 나도 네이버 블로그를 열심히 해서 아기 키우는 데 드는 돈이라도 좀 아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행착오 끝에, 내 생활을 사진으로 일일이 찍어올리면서 딸래미의 얼굴을 파는 게 취향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그만둬야했지만 말이다. 내게 아기의 얼굴말고도 팔릴만한 재주 -예를 들면 음식만들기, 옷만들기, 가구리폼하기 등- 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전혀 가능성이 없는 듯 싶다.

하여튼 그런 와중에 예전에 알라딘에서 시작한다는 소문을 들었던 블로거들에게 판매수익을 주는 정책이 예스24에도 시작됐다. 알라딘에서는 외부블로그와 알라딘을 연동시켜서 글을 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본래 독서일지II를 만들었을 때는 알라딘에 꾸준히 올릴 생각으로 시작했던 건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교보문고는 예전에 블로그가 무슨 싸이월드처럼 생겼었다. 그래서 교보는 탈락.) 막상 애를 키우고 지내니 독서일지를 쓰는 것도 빠듯해서, 내가 예전에 어떻게 저걸 일일이 기록했나 싶고, 현실적으로는 독서일지를 불행자만에 통합해야하지 않나하는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예스24에서 운영하는 블로거 수익 배분안은, 예스24 내 블로그에 쓴 글을 보고 14일 이내에 그 책을 구입한 사람이 있으면 글쓴이에게 돈을 주겠다는 건데- 사실 예스24가 주거래처이다보니 그럴싸한 방안처럼 들리는 거다. (예스24가 주거래처인 이유는 신용카드 할인 제도가 제일 잘 되어있기 때문이다. KB카드 포인트리 체리를 사용하면 8%의 추가할인효과가 있다. 일년에 한두권 구입하는 것도 아닌데, 알라딘으로 주거래처를 바꾸기 쉽지 않다.) 나도 예스24에 그동안 끼적거린 거 다 모아서 올리고 예스24 파워블로거-_-가 돼서 돈이라도 몇푼 벌어볼까? 온 세상 사람들이 블로그로 돈 버는 시대 아닌가. 이참에 아예 예스24가 알라딘처럼 외부 블로그 서평을 허하면 더 좋을테지만..

그렇게 되면 더이상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의미는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여행기는 불행자만으로 옮기고 서평은 정리해서 서점들로 옮기고. 그런데 생각하면 뭔가 조금 우울한 기분이 들어버린다. 이 홈페이지가 그만큼 정이 붙어있는 공간이라 그럴까. 하지만 이제 더이상 HTML로 편집해서 외진 공간에 웹페이지를 만들어두는 게 특별한 가치가 없는 듯 하다. 웹의 특성상 다른 공간과의 연동성이 중요한데다, 일일이 편집할 시간도 없거든. 그래도 왠지 서운해..

하긴 블로그가 대중화되고 상업화된 요즘, 예쁜 사진을 찍어올리면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많아지니 예전 사람들이 화악 썰물 밀려가듯 사라져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이는 그 때 그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 생업에 바빠졌기 때문일테고, 내가 검색해서 들어가는 곳들이 달라졌기 때문일테고, 아직도 이글루스에는 예전 느낌의 사람들이 상당수 남아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예전만 못하다는 인상은 지우기 어렵다. 한 때 동아리 사람들이 저마다 이글루에 공간을 만들어놓아서 느슨한 커뮤니티 마냥 얼기설기된 링크들을 돌아다니기만 해도 시간이 한참 지나던 시절이 이제 말 그대로 시절이 되어버렸다. 우리의 사랑방 블X페닷넷도 요즘은 조용한걸. 이젠 소식이 듣고 싶어도 전화를 해야할 판인데, 사실 무턱대고 전화하기엔 조금 덜 친한, 하지만 블로그로 찾아가서 읽고 댓글남기기에는 충분히 친한, 혹은 몰래 읽기만 하면서도 친하게 느끼는 그런 관계들도 많았거든.

잠시 쓰려던 게 길어져버렸네. 그저 궁금했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났을 때 웹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지. 아무 의도 없이 저마다의 소회를 풀어내던 블로그는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을지. 벌써 사라져가고 있는 옛 지인들과의 관계는 어떤 식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 나는 과연 어떤 종류의 블로그를 하고 있을지.

by 타림 | 2009/07/27 14:56 | 불행자만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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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파란철 at 2009/07/30 14:42
조용한 홈페이지 블*페닷넷 운영자입니다. 하하하.
잘 지내남? 애기는 잘 크고?

나하곤 시작은 다르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구먼.
뭘하면 좋을까? 하하. 아직 고민 중.
조만간 답을 내야지.
Commented by 타림 at 2009/09/15 13:09
저도 계속 고민중인데 여전히 답이 안나네요. 쿠우~
Commented by magpie at 2009/07/31 01:29
나도나도. <- 요즘 지인들의 블로그/홈피 업데이트가 뜸해서 서운한 1인
나도나도. <- 요즘 블로그/홈피 업데이트가 뜸한 1인;

단지 나이가 들어 바빠졌기 때문에,라기 보다는
웹이라는 공간이 예전 cug처럼 '아는사람만 아는' 곳이 아니라 '누가 올 지 모르는' 열린공간이라는 개념이 탑재되면서 쓰는 글을 고르게 되다 보니 점점 쓸 수 있는 화제가 제한되는 것 같아. 살다보면 말의 절반은 푸념인데(나만 그런가!;) 웹에 그런걸 고정된 텍스트로 남기고 싶지는 않잖수.

아무튼 그러다보니 세상 사람들이 '생일' 이벤트를 챙기게 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아졌다능. (그렇다고 생일을 챙기는건 아니다만;)
Commented by 타림 at 2009/09/15 13:11
요즘 언니 말에 특히 공감되는 게, 아기 이야기를 쓰고 싶어도 열린 공간에 딸 이야기 쓰는 건 좀 부담되더라구. 우리 딸램이 나중에 나보고 뭐라하면 어떡해? 자식이 생기면서 웹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블로깅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던데, 나는 그 반대방향인 듯. 게다가 언니 말마따나 나도 절반이 푸념. (사실은 85%가 푸념?!)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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